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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치않는 임신 방지 정-난관수술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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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7,272회 작성일 03-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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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기사 분야 : 문화/생활
등록 일자 : 2003/04/13(일) 17:56

[건강]"원치않는 임신" 방지…정-난관수술 비교

《“그 놈의 술 때문에….” 직장인 김모씨(34)는 첫 아이를 낳은 뒤 단산하기로 했던 ‘가족계획’이 술로 인해 깨져 버렸다. 술김에 치른 부부관계에서 ‘덜컥’ 임신이 돼 버린 것이다. 김씨는 두 번 다시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영구 피임을 고려하고 있다. 둘째 출산을 4개월 앞둔 김씨의 아내 역시 셋째는 상상하기도 싫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탓도 있지만 아이만 키우다 인생 종칠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

김씨 부부는 영구 피임을 위해 수술을 결정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김씨는 “정관 수술을 받으면 발기부전에 동맥경화까지 생긴다고 하더라”며 아내에게 난관수술을 권했다. 그러나 아내는 “난관수술을 받으면 만성요통 등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며 김씨에게 정관 수술을 받으라고 독촉했다.


최근 출산율이 떨어져 ‘산아제한’에서 ‘출산장려’로 정부 정책이 바뀔 만큼 아이를 적게 낳는 부부가 많아졌다. 심지어 ‘무자식이 상팔자’라며 아이 낳기를 기피하는 부모도 적지 않다.




보통 1, 2명의 아이를 낳으면 고민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피임술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원치 않는 아기가 생길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지 않은 부부가 ‘씨’를 없애거나 ‘밭’을 메마르게 하는 수술을 고려하고 있다.


▽정관 및 난관 수술의 장단점=정관 수술은 정액이 나오는 정관을 묶어 정자가 배출되는 것을 막는 영구 피임법. 수술 시간은 10분 정도 걸리며 다음날 목욕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일상생활 복귀가 빠른 게 장점이다.


반면 난관 수술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지점인 나팔관으로 통하는 난관을 끊는 피임법으로 수술 시간 및 난이도, 절개 정도 등 모든 면에서 정관 수술보다 복잡하다. 최근에는 배를 3∼5㎝ 절개하고 복강경을 통해 난관을 묶는 방법이 많이 쓰인다. 일부는 제왕절개 분만 때 수술을 받기도 한다.


의학자들은 정관 및 난관 수술의 피임 실패율을 보통 0.1% 미만이라고 보고 있다. 그만큼 믿을 만하다는 얘기다. 과거에는 2% 정도였으나 최근 기술이 발달하면서 실패율이 떨어졌다는 것. 그러나 정관 수술의 경우 수술 이전에 정관 밖에 나와 있는 정액으로 인해 수술 후에도 10∼12회까지는 임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정관 수술은 나중에 임신을 원할 때 복원이 쉽다는 장점도 있다. 보통 7년 이내에 복원하면 60% 정도 임신이 가능하다. 반면 난관 수술을 받은 여성은 복원 수술을 받았다고 해도 다시 임신할 가능성은 크게 떨어진다. 또 복원 수술 자체가 복잡하고 어려운데다 상당히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단점이다.


수술 후 남성은 발기부전이나 염증 등이, 여성은 만성요통이나 하복부 불쾌감, 월경 과다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의학자들은 “다소 과장됐다”는 반응이다.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해도 대부분 심적 부담이나 수술 뒤 관리 소홀 탓이고 수술 자체의 문제는 거의 없다는 것.


▽수술, 하느냐 마느냐=2000년에 실시된 한 조사 결과 난관 수술이 13.5%로 정관 수술(7.9%)보다 거의 2배 정도 많았다.


난관 수술이 정관 수술보다 여러 면에서 효과가 높아 그런 것일까. 연세대 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이무상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남성 편의주의에 따른 결과라는 것. 이 교수는 “서구에서는 부부가 영구 피임을 원하면 남성이 정관 수술을 받는 게 보편적이지만 국내에서는 여성이 남편에게 떠밀려 난관 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수술이 과연 최선의 방법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의학자도 적지 않다.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김정훈 교수는 “무작정 수술을 하기보다는 나이, 생활습관, 병력 등을 고려해 자신에 맞는 피임법을 선택하는 게 최선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가령 여성의 경우 중년 이후에 난관 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은 데 머지않아 폐경기가 닥칠 수도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수술 방식을 권장하지 않는 의사들은 수술과 다른 피임법의 피임 실패율이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피임약을 복용했을 때 실패율은 0.1%, 자궁내 장치를 삽입했을 때 0.6% 정도로 추정된다. 따라서 굳이 몸에 ‘칼’을 대지 않고도 조금만 신경을 쓰면 영구 피임이 가능하다는 것.


이들은 또 수술 후 재혼 등 이런저런 이유로 복원 수술을 다시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따라서 수술을 결정할 때는 몇 번이고 신중하게 생각할 것을 권한다.


그럼에도 수술을 선택한다면 어떤 게 좋을까. 많은 의학자들이 “정답이 없다”면서도 “비용과 불편함, 복원 가능성 등 모든 점을 감안할 때 정관 수술 쪽이 낫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콘돔 피입법 1위…실패율 3% 다소 높은편▼


최근 순천향대 의대의 조사 결과 부부들은 피임방법(기구)으로 콘돔(29%)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자궁 내 장치 삽입(21%), 피임약 복용(12.2%) 순이었다.


피임법마다 사용이 쉬운가 하면 피임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거나 피임 성공률이 높으면 사용이 어려운 등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다. 각 피임법별로 장단점을 분석해 본다.


▽콘돔 사용=가장 흔히 사용하지만 피임 실패율은 3% 정도로 의외로 높다. 콘돔이 찢어지거나 부부관계 후에 뒤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정액이 흘러 들어가는 게 주원인이다. 여성의 경우 남성의 콘돔과 비슷한 ‘페미돔’이 있는데 피임 실패율은 비슷하며 착용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어 사용자가 적은 편이다.


▽자궁내 장치 삽입=루프라고 부르는 장치를 삽입하는 것으로 피임 실패율은 0.1∼0.6%로 낮은 편. 한번 삽입하면 오랜 기간 동안 피임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골반염이 있거나 월경 과다증, 혈액응고 장애 등이 있는 경우 사용해선 안 된다. 한 명 이상 아이를 낳은 여성이 사용하는 게 좋다.


▽피임약 복용=피임 실패율이 0.1% 정도로 낮다. 그러나 날짜를 잘못 계산했을 때 단 하루만 먹지 않아도 ‘운이 나쁘면’ 임신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 혈관계 및 간 질환을 앓고 있거나 병력이 있는 여성, 35세 이상 흡연 여성은 피해야 한다. 편두통, 고혈압, 당뇨병이 있는 경우에도 전문의와 상의한 뒤 약을 복용해야 한다. 위장 장애 등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월경주기법과 질외사정법=피임 실패율이 월경주기법은 1∼9%, 질외사정법은 4∼19%로 매우 높은 편이다. 월경주기법의 경우 주기가 불규칙한 여성들은 계산이 틀리기 쉬워 예기치 못한 임신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질외사정법은 남성이 사정 조절을 잘하지 못하거나 사정하기 전에 정자가 미리 분비되는 경우가 있어 피임 실패율이 가장 높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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